홍준연 의원에게 문자 보낸 여대생 "한 달에 500 준다는 술집 알바 많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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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3.20. 오후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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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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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나 기자 ]
사진=연합뉴스


홍준연 대구시 중구 더불어민주당 기초의원이 성매매 여성 관련 소신발언을 했다가 당에서 제명되고 이에 반발해 재심을 신청한 일이 있었다.

홍준연 구의원은 지난해 12월 구정 질문에서 성매매 여성들에 대해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땀 흘리지 않고 쉽게 돈을 번 분들이 2천만 원 받고 자활 교육받은 후 다시 성매매 안 한다는 확신도 없다"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이 배경에는 대구시는 중구 성매매 집결지인 '자갈마당'을 폐쇄키로 한 문제가 엮여 있다. 자갈마당은 대구시 중구 도원동에 위치한 골목으로 100년이 넘은 집창촌이다.

대구시가 성매매 여성들에게 생계, 주거, 직업훈련비 명목으로 10개월간 1인당 최대 2000만원을 나눠서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홍준연 구의원은 "성매매 자활대상자 41명에게 지급되는 시비 8억2000만 원은 피 같은 국민 세금"이라며 반발했다.

이에 일부 여성단체들은 "사과하라"는 취지의 단체행동을 시작했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1월 9일 공식사과하고 홍준연 구의원을 윤리심판원에 회부했다.

결국 민주당 대구시당은 14일 윤리심판원 회의를 열고, 홍 구의원 제명안을 의결했고, 홍 구의원은 "성매매 여성에 대한 무분별한 예산집행과 사후 대책 질의가 제명 사유가 되느냐"고 중앙당에 재심을 신청했다.

이런 가운데 2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홍준연 의원에게 문자 보낸 여대생'이라는 게시물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공개된 문자 메시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저는 평범한 20대 여대생입니다. 등록금이 한 학기에 450만 원입니다. 참 비싸죠?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아르바이트 앱에 들어가면 한달에 500만 원 준다는 술집 알바가 한 페이지에 몇 개 씩은 보입니다. 그런 유혹을 뿌리치고 최저시급 받는 고기집 아르바이트에 문자 넣는거, 가끔은 참 힘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모님에게, 또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저는 지난달에도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아르바이트를 나갔습니다. 의원님! 여성단체는 저같은 여성들을 대변해 주지 않습니다. 열심히 살아가는 여성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은 성매매 여성에게 지원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법적 처벌을 내리는 것입니다. 내일도 떳떳한 일을 할 용기를 주는 것은 바로 의원님 같은 분이십니다. 그래서 저는 여성으로서 감사를 드리고자 문자를 보냅니다."

이같은 여대생의 문자에 홍 구의원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결코 타인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개척해 나가는 것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답했다.

홍 구의원은 이어 "보잘것 없는 저에게 응원문자 주시는 모두의 마음이 공정, 평등, 보편타당한 상식이 이루어지는 대한민국을 원하고 있다"면서 "아직 정치 초년생이고 기초의원 신분이지만 늘 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어려운 생활하면서도 국가를 위해 혈세를 납부하는 국민들이 부당함을 느끼지 않는 법과 원칙을 만드는데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홍 구의원은 "세금을 제대로 쓰자는 의미에서 성매매 여성에 대한 예산집행과 사후대책을 질의한 것이 제명 사유가 되는지에 대한 중앙당의 판단을 받아볼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성매매 여성들은 범법자이며 이들을 위해 시민들이 낸 세금은 단 한 푼도 쓸 수 없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면서 "성매매로 피해를 본 여성을 위하는 정책이라면 100% 지지하겠지만 명품 백을 메고 좋은 옷을 걸치고 다니는 자발적 성매매 여성들까지 세금으로 지원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대구·경북 지역 여성단체들은 홍 구의원을 찾아가 '2019 성 평등 걸림돌 상'을 전달했다.

3.8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제26회 대구 여성대회 조직위원회는 대구 중구청 앞에서 홍 구의원 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상장을 직접 수여했다. 이때 홍 구의원이 수상을 회피하지 않고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여유롭게 받는 모습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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